덕유산 설경
때로는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섬에 유배되어 온듯 하다는 농담도 던지며
혹은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며 잔잔한 기쁨으로 하루를 채우며 반년을 보내는 동안
여러가지 즐거운 일이 있었지만 날 보겠다고 멀리서 찾아와 주는 친구들을 맞이하는 일은 그중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의 친구들이 서울나들이 중에 바쁜 시간 쪼개어 남해까지 나를 보러 내려오는 일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지난주에 여고시절 친구가 다녀간 후 이번주에도 미국에서 가까이 지내던 친구 부부가 서울에 다니러 온 길에 날 보러 내려왔다
렌트카를 손수 운전하고 내려온 친구의 남편이 늘 그랬듯이 여행길 내내 짐도 들어주며 두 여자 챙겨주어서 아주 편안한 여행을 했다
사흘밤을 자면서 근처를 여행하고 마지막날 함께 덕유산이 있는 무주리조트까지 갔다
남해에서도 눈은 좀체로 보기 어려웠던 나 역시 겨울산에 한번 가고 싶던차였다
마침 이웃의 블로그에서 아름다운 덕유산의 설경을 보았었기에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섰는데
계획없이 불쑥 떠나는 일을 주저없이 잘하는 나였지만 이번엔 많은 실수를 인정해야만 했다
산꼭대기까지 곤도라를 타고 올라간다는 말에 춥고 숨가쁜 등산을 하지 않고도 산 정상에 올라 새벽사진을 찍을 수 있겠구나 기대했는데...
곤도라는 아침 9시에야 운행을 시작했다
알고보니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미리 전날 올라가 산장에서 잔다고 한다 ㅠ.ㅠ....
경험없이, 준비없이 갔다가 눈길이 엄청 미끄러운걸 뒤늦게 알고 쩔쩔매며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마침
새벽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한무리의 동호회 사람들을 만났다
친구의 남편이 사정 얘기를 하고 아이젠을 팔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흔쾌히 신발에 부착했던 아이젠을 떼어 주었다
8천원에 산건데 5천원씩만 주세요..ㅎㅎ 얼마나 감사한지...
30년도 더 전에 무주구천동 계곡에만 한번 가보았을 뿐 덕유산 향적봉은 초행이었기에 그 감회는 남달랐다
다시 오리라 다음엔 꼭 미리 와서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리라... 내려오기도 전에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다음에 올땐 주말이 아닌 평일이어야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전 세계에서 캐논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던가...
이것도 대한민국의 파워라면 파워이겠지 ㅎㅎ
명동거리도 백화점 에스칼레이터도 아닌데 밀고 밀리는 산행길이라니...
처음이었다 이런 경험은.. 연휴에 뉴우스 시간에 헬리콥터에서 보여주는 것만 보다가 정말 나도 그틈에 끼어 있었다니...
대한민국은 대단한 <수요>의 파워를 또한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등산복을 사고 먹고 차를 타고 오고 그 소비량을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다
어딜가나 사람이 넘친다
셧터를 누르면서도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산악인인지 옆에 있는 일행 중 한사람이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지리산 천왕봉이라느니 뭐니 하면서 일행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내가 보기엔 전혀 구분이 가지 않던데...
사람구경도 재미있었나?
청국장을 2인분을 시키면 덤으로 나온다는 계란찜도 얼마나 맛이있던지...
다음에 다시 갈땐 이 집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옛 기억을 더듬어 스키리조트를 벗어나 구천동으로 갔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개울가를 걸었다
화요일이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는 친구와는 무주에서 작별을 해야 했다
그래도 3월이면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위로 받으며 참 아쉬운 이별을 하였다
무계획에 실수도 많았지만 무계획이었는데 운좋게도 스키시즌이라 스키장에서 진주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운영되고 있었다
왠만한 큰 도시는 다 가는 듯 했지만 남해에서 가장 가까운건 진주행이었다
버스에 오르는 날 보며 친구는 말한다 "어느새 한국사람 다 되었네 버스타고 갈아타며 못 가는데가 없으니.."
"ㅎㅎ 난, 처음부터 한국사람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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